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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정보

황석희 "우린 어쩌다 이렇게 후진 사람이 되어 가는 걸까"

by 지입차정보센터 2023. 6. 30.

 

 

 


요즘 젊은 세대가 버릇없고 무례하다고들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사실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하는 짓은 비슷하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요즘 사람은 단순히 무례한 게 아니라 과민해서 무례해진다.

자극에 과하게 민감하다. 그게 어떤 자극이든 조금이라도 내 심기에 거슬리는 자극이면 그냥 넘어가질 못한다. 반드시 시비를 걸어 붙어 싸우거나, 싸우는 게 피곤할 땐 굳이 비아냥거리거나 이죽거리거나 빈정대기라도 하고 지나가야 한다.

이제 이견을 이견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견은 나에 대한 공격, 심지어 더 나아가 나의 존엄을 짓밟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붙어 싸우든 반드시 이죽거리기라도 한번 하고 지나가야 내 존엄이 회복된다. 특히나 얼굴을 맞댈 필요가 없는 온라인상에서는 이게 일상이다. 이게 그냥 시대 탓일까. 사람들이 죄다 고경표 배우의 '눼눼눼' 밈처럼 입을 아래로 삐쭉 내밀어 놓은 채 사는 것 같은 게.

남들 얘기가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다. 점점 자극에 과민해지는 걸까. 한마디 얹지 않으면 배알이 꼴려 죽을 것 같은 글들을 자주 본다. 그나마 하는 커뮤니티는 다 실명이고 SNS도 실명이니 망정이지 어지간히 이죽대고 다녔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가명을 쓰면서까지 이죽대는 꼴을 상상하자니 내가 그 정도로 성실하게 음험하진 않다. 그냥 빡침의 이불킥만 냅다 찰뿐.

이것과 더불어 요즘 종종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갈수록 구체화되는 모욕 표현이다.

요즘엔 희한하게 모욕 표현이 전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다. '밥맛 없다', '재수 없다', '짜증난다' 정도가 아니다. 아주 사소하게 거슬리는 일에도 '역겹다'란 말이 흔하다. 뭔가를 보고 욕지기가 날 정도로 혐오감을 느끼는 건 레벨 1-10으로 치면 거의 10에 가까운 것 아니었나. 그 정도로 혐오스럽고 역한 것들이 그렇게 흔하고 많다는 건가.

나는 '역겹다'보다 오히려 '좆같다'가 약한 표현으로 보인다. 연상되는 것도 없고 구체적이지 않은 상욕에 불과하니까. 누군가는 "진짜 그 정도로 역하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수사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그래서 희한하고 더 문제로 느껴진다. 저런 구체적이고 강도가 강한 표현들이 흔히 수사로 쓰인다는 게 이제 나한테는 뭔가를 암시하는 불길한 현상처럼 느껴진다.

과민해서 습관성 이죽거림과 비아냥을 손가락과 입에 달고 살고. 남을 모욕하거나 상처를 주려 할 때는 언어를 실체가 있는 무기마냥 점점 구체화하여 사용한다. 우린 갈수록 잔인해지고 과격해진다. 아니다. 그것만도 못하게 갈수록 비열하고 저열해진다.

우린 어쩌다 이렇게 후진 사람이 되어 가는 걸까.




출처 :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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