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가 버릇없고 무례하다고들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사실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하는 짓은 비슷하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요즘 사람은 단순히 무례한 게 아니라 과민해서 무례해진다.
자극에 과하게 민감하다. 그게 어떤 자극이든 조금이라도 내 심기에 거슬리는 자극이면 그냥 넘어가질 못한다. 반드시 시비를 걸어 붙어 싸우거나, 싸우는 게 피곤할 땐 굳이 비아냥거리거나 이죽거리거나 빈정대기라도 하고 지나가야 한다.
이제 이견을 이견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견은 나에 대한 공격, 심지어 더 나아가 나의 존엄을 짓밟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붙어 싸우든 반드시 이죽거리기라도 한번 하고 지나가야 내 존엄이 회복된다. 특히나 얼굴을 맞댈 필요가 없는 온라인상에서는 이게 일상이다. 이게 그냥 시대 탓일까. 사람들이 죄다 고경표 배우의 '눼눼눼' 밈처럼 입을 아래로 삐쭉 내밀어 놓은 채 사는 것 같은 게.
남들 얘기가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다. 점점 자극에 과민해지는 걸까. 한마디 얹지 않으면 배알이 꼴려 죽을 것 같은 글들을 자주 본다. 그나마 하는 커뮤니티는 다 실명이고 SNS도 실명이니 망정이지 어지간히 이죽대고 다녔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가명을 쓰면서까지 이죽대는 꼴을 상상하자니 내가 그 정도로 성실하게 음험하진 않다. 그냥 빡침의 이불킥만 냅다 찰뿐.
이것과 더불어 요즘 종종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갈수록 구체화되는 모욕 표현이다.
요즘엔 희한하게 모욕 표현이 전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다. '밥맛 없다', '재수 없다', '짜증난다' 정도가 아니다. 아주 사소하게 거슬리는 일에도 '역겹다'란 말이 흔하다. 뭔가를 보고 욕지기가 날 정도로 혐오감을 느끼는 건 레벨 1-10으로 치면 거의 10에 가까운 것 아니었나. 그 정도로 혐오스럽고 역한 것들이 그렇게 흔하고 많다는 건가.
나는 '역겹다'보다 오히려 '좆같다'가 약한 표현으로 보인다. 연상되는 것도 없고 구체적이지 않은 상욕에 불과하니까. 누군가는 "진짜 그 정도로 역하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수사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그래서 희한하고 더 문제로 느껴진다. 저런 구체적이고 강도가 강한 표현들이 흔히 수사로 쓰인다는 게 이제 나한테는 뭔가를 암시하는 불길한 현상처럼 느껴진다.
과민해서 습관성 이죽거림과 비아냥을 손가락과 입에 달고 살고. 남을 모욕하거나 상처를 주려 할 때는 언어를 실체가 있는 무기마냥 점점 구체화하여 사용한다. 우린 갈수록 잔인해지고 과격해진다. 아니다. 그것만도 못하게 갈수록 비열하고 저열해진다.
우린 어쩌다 이렇게 후진 사람이 되어 가는 걸까.
출처 :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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