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서울 인지라 평일 오전 6시 ~ 6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한다.
월요일은 정체를 감안해서 5시 30분 출발.
토요일은 대개 취미로 오토바이를 타지만 이번 주는 - 지난 한 주간 정신이 없어 힘들기도 해서
좀 쉬고 싶었지만
사무실 책상들 위치 변경 마무리가 안돼서 출근을 해야 했다.
토요일이라 8시에 느긋하게 집에서 나왔다.
데스크탑 컴퓨터와 가방이 있어 일단 데스크탑을 바닥에 내려놓고 차 문을 열고 있는데,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오시더니 말없이 내 차 앞에 있는 - 이중주차된 차량을 밀어 주고 계셔서
얼른 차에다 가방을 놓고 차를 같이 밀며,
"제가 밀어도 되는데요."
"제가 하는 일 입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조심히 출근하세요."
차를 밀어주시고 얼른 자리를 피하며 다른 차량이 또 나가나를 둘러 보고 계신다.
공기가 탁하고 열악한 지하주차장에서 말이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매번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나만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경비 아저씨가 이중주차된 차를 밀어주는 아파트라......
갑질 - 갑질 하는데 이게 진정한 갑질 아닌가?
이중주차된 차를 밀지 못할 정도면 운전은 무슨 힘으로 하나?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동마다 경비를 하시는 분들이 두 분씩 배정되어 24시간 교대.
3개동이 하나의 지하 주차장을 사용,
그렇다면 여섯 분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오신다는 결론인데,
이런 건 분명히 아파트 부녀회나 입주자 대표회에서 말이 나온 것이라 생각이며
개인적인 오지랖을 넘어 엿 같은 상황이라 도저히 그냥 못 넘어갈 거 같다.
다음 주에 아파트 관리소에 들려 누가 이런 걸 시켰으며 그 사람 동 호수를 받아서
꼭 찾아가서 따져 물을 것이다.
임산부나 노약자 분들이 힘이 없어서 이중주차된 차량을 밀지를 못해서 부탁을 하는 경우라면
이해를 했을 건만,
이건 진짜 아닌 거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서민 아파트다.
어떤 인간의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텔과 동일한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수십억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가던지,
아니면 차를 한대 밀어줄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던지.
돈은 없을 수 있겠지만 생각까지 가난하면 되겠는가?
이런 인간들과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쪽팔린다. 개 쪽 말이다.
아무리 일이라고는 하지만 상대방의 자존심은 존중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누구나 갑질을 할 수도, 당할 수도 있는,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데......
누군가는 이런 걸 갑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다?
나는 미안함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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