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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오십 넘어 들어본 오디세이아, 영화에서 봤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by 지입차정보센터 010 3392 4001 2026. 9. 13.

요즘 출퇴근길이나 운동할 때 오디오북을 하나 듣고 있습니다.

​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입니다.

​

약 2주일 정도 걸려서 다 들었네요.

​

​

학창 시절엔 이걸 영화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

그때 남아있던 건 사실 큰 줄거리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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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이 전쟁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

​

외눈박이 거인도 나오고,

​

마녀 키르케도 나오고,

​

노래로 사람 홀린다는 세이렌도 나오고.

​

그때는 그냥 재밌는 모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

​

그런데 이번에 오디오북으로

​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니 조금 다르게 들리더군요.

​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

​

예전엔 오디세우스가

​

모험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가 재밌었다면,

​

이번엔 이상하게도 오래 버티는 사람들 쪽이

​

더 귀에 들어왔습니다.

​

​

오디세우스,

​

생각보다 힘센 영웅은 아니었다

​

듣다 보니 조금 의외였던 부분이 있습니다.

​

​

오디세우스 하면 보통 영웅을 떠올리는데,

​

막상 들어보면

​

힘으로 다 해결하는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

​

오히려 상황 살피고,

​

상대 속이기도 하고,

​

때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

​

자기가 누군지

​

바로 안 밝히는 장면도 많고요.

​

​

처음엔 좀 답답했습니다.

​

'그냥 사실대로 얘기하면 되지 않나' 싶었는데,

​

듣다 보니 오히려 그게

​

오디세우스의 힘 아닌가 싶더군요.

​

​

모든 상황에서 당장 움직이는 게

​

능사는 아니니까요.

​

​

살다 보면 내가 맞다고 생각해도

​

좀 기다려야 할 때가 있고,

​

당장 해결하겠다고 나섰다가

​

일이 더 꼬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

​

물류 일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

이 부분이 유독 와닿았습니다.

​

​

현장 문제도 대부분 한 번에 안 풀립니다.

​

거래처랑 협의해야 하는 일도 있고,

​

배송이나 차량 문제처럼

​

당장 답이 안 나오는 일도 있고요.

​

​

일단 상황부터 확인하고,

​

이것저것 방법 생각해보고,

​

상대 얘기도 들어보고 나서

​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

결국 오래 일하다 보면

​

빨리 해결하는 것보다

​

제대로 해결하는 게

​

중요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

​

​

오디세우스 이야기 들으면서

​

그 생각이 계속 났습니다.

​

​

​

이번엔 오디세우스보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들렸다

​

이번에 들으면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

가족 얘기였습니다.

​

​

20년 가까이 못 돌아온 오디세우스도 대단하지만,

​

그 시간 동안 집에서 그를 기다린 사람들도

​

만만치 않았겠다 싶더라고요.

​

​

아내 페넬로페.

​

아버지 없이 자란 아들 텔레마코스.

​

그리고 늙어가면서도 아들 소식 기다리는 아버지 라에르테스.

​

​

예전엔 이 사람들이

​

그냥 오디세우스 기다리는 조연 정도로 들렸던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게 들리더군요.

​

​

각자 자리에서 자기 삶 살아내면서

​

기다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

요즘 특히 이 부분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

​

큰딸이 곧 결혼해서 부모로부터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예전엔 자식 크면 당연히 독립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

막상 그 시기가 가까워지니 느낌이 좀 다르네요.

​

​

떠나는 사람도 새로운 삶 시작하는 거겠지만,

​

남는 사람도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

그래서인지 이번엔 오디세우스 모험보다

​

페넬로페랑 텔레마코스 이야기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

​

젊었을 때 들었으면

​

아마 괴물이랑 세이렌 얘기가

​

더 재밌었을 텐데 말입니다.

​

​

오디오북으로 들으니

​

오히려 더 잘 들리는 것들이 있다

​

​

예전에 요약된 줄거리로만 알고 있을 때는

​

몰랐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

​

완역본을 쭉 들어보니

​

비슷한 장면이 계속 반복됩니다.

​

​

손님 오면 대접하고,

​

이야기 나누고,

​

신께 제 올리고 하는 장면들이 계속 나와요.

​

처음엔 솔직히 좀 지루했습니다.

​

'왜 자꾸 같은 얘기가 나오지' 싶기도 했고요.

​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이런 행동들이

​

그냥 예의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더군요.

​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

훨씬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

지금 기준으론 사소해 보이는 행동도

​

그때 사람들한테는 다른 무게였던 것 같습니다.

​

​

​

운전하면서,

​

운동하면서 흘려듣듯이 들었는데도

​

이야기가 반복되는 리듬 덕분인지

​

오히려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

​

특히 운동할 때 들으니까

​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

​

세트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

​

몇 문장씩 이어서 듣다 보니,

​

어느새 한 권이 훌쩍 지나가 있더군요.

​

​

나이 들면 같은 책도 다르게 들리는 것 같다

​

이번에 다시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입니다.

​

​

책 내용이 달라진 게 아닌데,

​

듣는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

​

​

젊을 땐 모험 떠나는 사람이 보였다면

​

지금은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들립니다.

​

​

힘으로 문제 해결하는 장면보다

​

참고 기다리는 장면이 오래 남고요.

​

아마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있어서겠죠.

​

​

살다 보면 생각대로 안 되는 일이 참 많습니다.

​

빨리 끝내고 싶어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 있고,

​

내가 할 수 있는 게 기다리는 것뿐인 순간도 있고요.

​

그럴 때 무조건 버티는 것과,

​

상황 살피면서 자기 자리 지키는 건

​

좀 다른 것 같습니다.

​

오디세우스도 그냥 무작정 버틴 건 아니었으니까요.

​

​

때론 돌아갈 길을 찾고,

​

때론 숨고,

​

때론 기다리면서 결국 집으로 돌아갑니다.

​

그래서 이번에 들은 『오디세이아』는

​

제겐 모험 이야기라기보다,

​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시간을 어떻게 견디는가에 대한

​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

​

​

젊을 때 들었으면

​

아마 다른 부분이 남았을 겁니다.

​

​

​

근데 오십 넘어 다시 들어보니,

​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보다

​

'어떻게 잘 버티면서 돌아가야 할 곳까지 갈 것인가'

​

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

​

​

지금 뭔가를 견디고 있는 분이라면,

​

혹은 가족이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분이라면

​

오디오북으로 한 번쯤 들어보는 것도

​

괜찮을 것 같습니다.

​

​

​

운전할 때나 운동할 때

​

틀어놓기 딱 좋더라고요.

​

​

​

같은 책도 언제,

​

어떻게 접하느냐에 따라

​

이렇게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것.

​

이번에 다시 들으면서

​

그걸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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