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1학년, 지금의 아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만나
연애 7년과 결혼생활 20년, 총 27년
10대, 20대, 30대, 40대의 모습을 서로 보아가며 지끔까지 같이했던 시간들이
지금 나이에서만도 반평생이 넘는다.
이런 느낌을 글로 쓸 때 굳이 미사여구 (美辭麗句) 를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삶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부로서 20년 동안 살면서 수많은 일들이 있었던 우리의 삶은
그리 녹녹하거나 평탄하지는 않았다.
실상 모든 문제는 나로 인해 시작되었기에 뒤돌아 보면 미안하기만 한 세월이다.
서울이 고향인 우리는 서울에 추억이 많다.
그 추억이 - 좋았던 기억보다는 고생하며 힘들어했던 기억들이 더 많기에 아련한 마음이 더 한다.
주말이나 시간 나는 날 저녁이면 가끔 예전에 우리가 살았던 동네로 산책을 다닌다.
청승맞다 할 수도 있겠지만,
장소에 깃든 추억들을 꺼내보며 그때보다는 좀 덜 힘든 지금의 행복에 감사한 마음과
오며 가는 즐기는, 1.000원짜리 뜨거운 커피와 함께하는 이야기는
커피보다 뜨겁고 향기롭다.
연애 때는 같이 동네 한 바퀴를 돌려면 두세 시간은 걸렸을텐데,
지금은 자동차로 10분 남짓......
자동차를 주차하고 잠시 다녀본다.
거리를 보며 든 생각이,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듯
변한 것에 우리의 추억이 사라져 아쉬운 마음은
세월의 무상함이라 애써 탓해보지만......
그 무상함과 아쉬운 마음으로
우리 자신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이 변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사물은 변하지 않는데 우리만 변하고 늙어가는 것 같다고 아내가 이야기한다.
당장에 이야기를 못해주었지만,
세월로 늙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모아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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