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동생들과 함께 부모님 묘소에 성묘를 다녀왔습니다.
저희는 삼형제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서로를 인정하지 못해 다툼도 많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며 각자의 고집도 강했으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고,
지금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스팸전화와 한 통의 생각
동생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일요일인데도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영업을 하는 둘째 동생은 일반번호가 아닌 휴대전화 번호로 걸려온 전화라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광고 전화였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동생은 요즘 흔히들 하는 투로 상대방에게 바로 욕설을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차량 블루투스를 통해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는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직원이었습니다.
물론 스팸전화가 반갑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욕설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젊은 친구도 자신의 삶이 있을 것입니다.
주말에 쉬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어 전화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둘째 동생 역시 영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전화를 끊거나 정중하게 거절하면 될 일인데
굳이 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회사 홍보나 콜센터 업무를 하는 직원이라면
결국 먹고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동생에게 그런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부드럽게 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삶을 지키기 위해 저마다 애쓰고 있습니다.
친절하지는 못할지언정,
굳이 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는 영업
평일 오후 3시쯤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한 남성이 들어왔습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로 보였습니다.
인사를 하는 모습으로 보아 판촉 영업을 하러 온 듯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홍보를 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방식의 영업이 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예전 영업 현장에서는 흔히 '계단타기'라고 불렀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최상층으로 올라간 뒤,
계단으로 한 층씩 내려오며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영업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사무용품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청바지에 카라티, 회사 조끼를 입은 모습.
더워지는 날씨 때문인지 얼굴에는 이미 피곤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태도였습니다.
제 자리 가까이 오지도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말했습니다.
"업무에 방해될 것 같아서 여기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온라인이 더 저렴할 수는 있지만 배송이 늦을 수도 있고 재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관내라면 무료배송이고, 보통 3시간 안에 배송됩니다."
명함과 안내서를 건네주고는 더 길게 붙잡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일을 떠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보기 좋았습니다.
냉수 한 잔이나 커피 한 잔이라도 드리고 싶었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필요하면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스팸전화 이야기와 마찬가지입니다.
판촉 영업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결혼식과 장례식 사이
얼마 전 거래처 담당자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서른여섯 살인 친구입니다.
처음 만난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스물아홉, 서른 살 정도였겠네요.
제 블로그를 보고 먼저 연락을 해왔던 친구였습니다.
나이 차이가 꽤 있었기에 과연 업무가 잘 진행될까 싶었지만,
영특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현장 경험만 조금 부족했을 뿐 생각의 폭도 넓었고 계획도 잘 세우는 친구였습니다.
함께 일하며 좋은 성과를 만들었고,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자주 참석하는 편은 아닙니다.
집안 행사 역시 가족끼리 조용히 치르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친구의 결혼식만큼은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혼 전에 청첩장을 들고 찾아오겠다고 했지만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조금 서운했습니다.
그래도 바쁜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결혼식장에서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손님들을 맞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보자마자 따로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평소에도 편찮으셨던 아버지의 상태가 갑자기 많이 악화되어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하셨고,
정신이 없어 연락도 못 드렸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제 오해는 풀렸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제 좁은 마음을 반성했습니다.
신혼여행도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혼식 당일, 아버지가 위독한 상황이라니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그 친구로부터 부친상을 알리는 연락이 왔습니다.
결혼식 이틀 뒤에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은 어떨까.
결혼기념일이 돌아올 때마다 함께 떠오를 기억은 또 어떨까.
마치 드라마나 소설 속 이야기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신혼여행은 다녀오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대로 기억하되,
살아 있는 사람은 또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로를 전하며 신혼여행을 잘 다녀오고
나중에 한 번 보자고 말한 뒤 조문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시의 슬픔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그리움이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 친구도 마음을 잘 추스르길 바라봅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요즘 들어 더욱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덕목은 진중함과 진정성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타인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뒤돌아보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반성하는 일 역시
평생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궁익견(窮益堅).
어려울수록 더욱 단단해진다는 말처럼.
삶의 무게 앞에서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름의 길목에서...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결국 해내고,
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은 결국 실패한다.
결국 당신의 의지대로 된다.
- 헨리 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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